Updated : 2024-04-26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고용지표 앞둔 '한미일' 채권시장 랠리

  • 입력 2023-03-10 14:1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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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시10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2시10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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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채 금리 급락으로 국내 채권가격도 큰 폭으로 뛰었다.

장중 3년 국채선물이 40틱, 10년 선물이 100틱 이상 오르는 등 미국, 일본 시장 분위기는 국내 채권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고용지표 결과에 따라 큰 변화가 나올 수 있어 투자자들은 조심스럽다.

A 증권사 한 딜러는 "간밤 미국채 금리 급락, 그리고 아시아 장 일본, 미국 금리가 더 빠지는 모습 등을 보면서 국내 가격이 내달렸다"면서 "미국 고용이 망가지지 않으면 이 레벨이 지지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주엔 가격이 급등 혹은 급락으로 시작할 수 있어 지금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美 금리의 급락...금리 상승을 막아주는 레벨?

미국채 금리는 9일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주간 실업 데이터가 악화된 것으로 나오자 급락했다.

지난주 실업수당 신규청구자수는 전주보다 2만1000명 증가한 2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예상치는 19만5000명 수준을 웃돌자 채권시장이 환호했다.

간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8.12bp 하락한 3.9090%, 국채2년물은 19.37bp 급락한 4.8721% 급락했다. 국채5년물은 15.59bp 떨어진 4.1983%를 나타냈다.

최근 미국채10년물 금리는 4%를 살짝 넘어선 뒤 추가로 오르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금리가 4%를 확실히 뚫고 올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2년물 금리는 7일 5%를 뚫고 올라갔으나 역시 추가 상승에 한계를 보이면서 급락했다. 결국 한번에 20bp 가까이 급락한 뒤 이달 아시아 장에선 4.7%대로 추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B 증권사 딜러는 "최근 미국 최종금리 예상치가 5%대 중반 이상으로 올라갔지만 10년 4%, 2년 5%에선 추가 상승 압력보다는 하락 압력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美 은행권 이상 징후에 대한 의미 부여하기...'리먼의 추억' vs '확대 해석 경계'

채권시장에선 미국 일부 은행들에 대한 우려를 호재로 보는 모습도 보인다.

리만사태에 대한 추억으로 금융사 일부가 큰 어려움에 빠진 것을 호재로 인식하기도 하는 것이다.

즉 미국 금융시스템에 드디어 균열이 시작되고 있다는 식의 평가도 보인다.

A 증권사 딜러는 "채권시장 입장에선 미국 일부 은행들이 큰 어려움에 빠진 것을 호재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속된 금리 인상으로 심상치 않은 흐름이 나타나니 미국 정부 역시 연준에 눈치를 주면서 좀 살살하라고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9일 뉴욕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SVB파이낸셜그룹 주식을 투매하면서 이 종목 주가가 60% 폭락했다. 이 회사가 영업손실을 공개하고 증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실버게이트캐피털이 전날 청산 소식을 전한 가운데 가상화폐 주요 거래은행인 시그너처은행과 퍼스트리퍼블릭은행도 12% 및 16% 각각 급락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미국 4대 은행 주가가 급락해 시총이 69조원 증발하는 등 은행주는 팬데믹 이후로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KBW은행업지수는 8% 가까이 급락해 2020년 6월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팩웨스트 뱅코프 25%, U.S. 뱅코프 7%, JP모간 5.4% 빠지는 등 은행 관련한 종목들 주가들이 모두 급락했다.

이같은 주가 급락은 안전자산선호를 강화시켜 채권금리가 더 빠지는 데 도움을 줬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자 그레그 베커 SVB CEO는 9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건전성을 어필했다. 베커 사장은 예금을 인출해 공포심을 확대시키지 않도록 요청하면서 몇몇 조치를 취했다.

실리콘밸리 지역 기반 은행인 SVB 금융그룹은 증권 포트폴리오 손실 및 벤처캐피탈 자금 유입 둔화로 대차대조표 강화 계획(보통주 17.5억달러 등)을 발표했다. 평균 대출, 예금, 순이자마진 가이던스도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도 폭락했다.

신평사 무디스는 SVB Financial Group(A3/Stable → Baa1/Negative)과 은행 자회사 Silicon Valley Bank(Aa3/Stable → A1/Negative) 신용등급을 1-notch 강등했다.

다만 크레딧 이벤트나 위기를 섣불리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다.

모승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이슈로 은행채가 다소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BAC(5.015%, July 2033)의 국채 대비 스프레드는 8bp 확대에 그쳤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앞으로도 연체율 상승이나 건전성 이슈가 부각되겠지만, 전반적으로 견조한 미국 경기를 고려할 때 경기 둔화 흐름에도 불구하고 대형 크레딧 이벤트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풀이했다.

■ 美고용지표...2월 상황 재연 대비해야 하나, '포텐셜 악재' 반영에 무게 둬야 하나

2월 초에 발표된 미국의 1월 고용지표를 필두로 각종 경제, 물가지표들이 예상을 웃돌면서 2월 시장금리는 급등했다.

이번에 나오는 고용지표가 이런 상황을 재연할지, 아니면 1월 지표가 '과장'이었음을 알려줄지 관심이다.

간밤 미국 금리가 급락하고 현재 아시아장에서 더 빠졌지만, 최근 미국 금융사들의 다수는 일단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에 무게를 실었다.

2월초 미국 금융사들의 연준 최종금리 상단 전망치는 5%, 5.25%였지만 지금은 5.5%, 5.75% 등으로 올라갔다. 3월 50bp 인상 가능성이 부상했고 금리인하 시점 전망은 2024년으로 후퇴했다.

최근 흐름 대로 미국 지표들이 예상보다 좋은 모습을 이어갈지, 아니면 2월의 해석이 과도했음을 알려줄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지속과 견조한 경기지표는 고금리의 장기화에 무게를 실어줬다"고 풀이했다.

그는 "최근 시장에 반영된 정책금리 결로가 급격히 올라 연준과 금융시장 인식 차이는 연초 대비 많이 좁혀졌다"며 "앞으로 연준 결정은 이전보다 더 데이터에 기반할 가능성이 커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고 했다.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여전히 변동성이 클 수 있지만, 채권시장이 '안 좋은 시나리오'를 더 반영해 금리 뛸 가능성보다 급락할 가능성을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시장도 연준의 긴축에 대해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3월 FOMC에서의 50bp 인상을 점차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유로달러선물시장에 반영된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는 5.95%까지 반영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가 6%까지 인상될 가능성도 일부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미 시장이 연준의 긴축에 대해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만큼 2월 고용지표와 물가가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수준까지만 나오더라도 오히려 시장은 안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美고용 앞두고...구로다의 조용한 퇴장과 일본 국채금리 급락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국채 금리 급락, 미국장에 이어 아시아 장에서도 미국채 금리가 추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과를 대기하고 있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아시아 장에서까지 미국채 금리가 이런 폭으로 빠지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일단 오늘은 국내시장도 같이 갈 수 밖에 없다"면서 결과를 한번 확인해 보자고 했다.

미국채2년물 금리는 미국장에서 19bp 넘게 빠진 뒤 아시아장에서 11bp 이상 하락 중이다. 10년물은 미국장에서 8bp 남짓 하락한 뒤 아시아장에선 9bp 넘게 빠지고 있다.

아시아장 미국 금리 추가 하락은 상당부분 일본 국채 금리 급락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BOJ의 '완화 지속' 스탠스가 영향을 미쳤다.

BOJ는 이날 기준금리 -0.1%로 동결했다. 국채 10년물 금리 목표치는 0% 부근에 유지한다고 밝혔다.

구로다 총재는 끝까지 완화정책을 고수하면서 조용히 퇴장하는 쪽을 선택했다. 시장 예상에 부합한 결과가 나온 가운데 하락하던 달러/엔이 속등헸다.

BOJ는 2% 물가안정 목표 실현을 위해서 필요할 때까지 장단기 금리 운영을 통한 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BOJ는 "전년비 CPI가 안정적으로 2% 수준을 웃돌때 까지 확대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오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일본 JGB가 8bp 폭락한 것이다. 아시아장 미국장 금리 급락은 JGB 영향"이라며 "미국 고용지표 앞두고 아시아 시장 흐름을 넋을 놓고 보게 된다"고 했다.

통화당국이 국채 금리를 상당부분 묶어 두고 있는 일본시장에서 10년물 금리가 대폭 하락하자 투자자들은 기대반, 걱정반으로 미국 고용을 대기하는 중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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