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5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국고채-기준금리 역전에 대한 중앙은행의 '분해'

  • 입력 2023-03-09 15:2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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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이 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았던 현상에 대한 분석 내용을 공개했다.

현재 국고채 금리들은 기준금리를 큰폭으로 웃돌고 있지만 2월 3일만 하더라도 국고5년물 금리는 3.0%대까지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한 달 남짓이 지난 현재 국고5년은 3.8%를 넘어선 상태로 상황이 크게 변했다.

한은은 어찌됐든 아주 흔한 일은 아닌 국채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았던 상황에 대한 상세한 분해 결과를 보고서로 남겼다.

중앙은행 입장에선 또 국고채 금리가 자신들이 조절하는 기준금리를 밑도는 현상이 달갑지는 않은 모습이다.

금리 역전은 통화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점을 던질 수밖에 없고 자금 흐름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국고채 금리의 기준금리 하회 현상, 일반적 관점을 보면...

국내에선 지난 1월 중순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국고채 금리와 기준금리 간 스프레드는 점차 축소돼 2월 초 역전폭이 3년물 -39bp, 10년물 -35bp 수준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미국 고용지표 발표(2월 3일) 이후 국고채 금리가 큰폭 반등하며 역전폭을 축소했고 2월 중순 이런 현상은 해소됐다.

국고채 3년물-기준금리 스프레드 역전은 21영업일간 지속됐다.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역전기간은 비교적 짧은 편이었으나 최대 역전폭(-39bp)은 상대적으로 컸다.

다만 외국에서 나타난 현상과 비교할 때 국내의 역전은 작아 보였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의 역전폭이 100bp 내외로 컸던 점을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작았다.

한은은 시장 일반의 분석처럼 금리 역전이 나타났던 이유로 ① 물가·성장 둔화 전망, ② 글로벌 장기금리 하락, ③ 국내 CP·신용채권시장 안정, ④ 채권시장 수급여건 개선, ⑤ 외국인 국채선물 매수를 꼽았다.

■ 중앙은행의 분석...연초 금리 빠질 때 수급과 미국 금리가 끼친 영향

올해 초엔 수급적으로 은행채 등 채권 공급 축소, 채권투자기관의 매수 여력 확충과 연초 효과가 작용했다.

한은은 특히 초우량물 채권이 국고채 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DNS(Dynamic Nelson-Siegel)모형으로 추정한 결과를 공개했다.

한은은 2022년 10월 초우량물 순발행 증가는 국고채 금리 3년물에 0.19%p, 10년물에 0.17%p 상승압력으로 작용했으나 2023년 1월에는 순발행 감소로 상승 압력이 3년물 0.15%p, 10년물 0.13%p로 감소했다고 소개했다.

미국 금리의 상승이 국내에 미친 상관관계도 소개했다.

한은의 분석을 보면 한·미 국채금리 상관계수(10년물 기준)는 2015년~2019년 중 0.72에서 2020년~2023년 1월 중 0.97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수급 요인, 미국 금리 요인과 함께 크게 작용했던 게 국채선물 매수 요인이었다.

한은은 "1월 중 외국인은 국채선물 3년물 8만 계약, 10년물 3.3만 계약 등 11.3만 계약을 집중 매입해 금리를 떨어뜨렸다"며 "작년 12월 말 기준 누적 순매수잔고의 각각 58%(3년물), 49%(10년물) 수준이며 계약금액(1계약=1억 원)으로 보면 총 11.3조 원 규모"라고 했다.

■ 국고채-기준금리 역전 분해...순기대단기금리와 기간프리미엄

한은은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 때의 파급경로를 감안한 변수를 선정해 요인별 기여도도 추정했다.

순기대단기금리, 기간프리미엄, 물가전망, 성장전망, 미 통화정책기대, 미 기간프리미엄, 국고채 공급, 유동성 리스크, 외국인 투자 등 9개 변수를 활용해 추정한 결과를 소개했다.

요인별 기여도 추정을 위해 우선 AFNS(Arbitrage-Free Nelson-Siegel)모형을 활용해 장단기금리차를 ‘순기대단기금리’와 ‘기간프리미엄’으로 분해했다.

장기금리는 이론적으로 시장의 미래 정책금리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기대단기금리와 시장의 수급 및 불확실성 등을 반영하는 기간프리미엄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장단기금리차(장기국채금리-기준금리 스프레드)는 기대단기금리에서 현재의 단기금리(무위험 초단기채권 금리로 기준금리와 유사)를 차감한 ‘순기대단기금리’와 ‘기간프리미엄’으로 분해할 수 있다.

그런 뒤 순기대단기금리와 기간프리미엄을 포함한 Recursive VAR모형을 설정해 역사적 분해를 실시했다.

한은은 "장단기금리차를 순기대단기금리와 기간프리미엄으로 분해해 보면, 향후 국내외 통화정책 기대를 반영한 순기대단기금리는 2022년 11월 중 마이너스(-)로 전환된 이후 올해 1월까지 역전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3년물 순기대단기금리가 음수(-)이면 시장이 향후 기준금리가 3년간 평균적으로 현재수준보다 낮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의미다.

2022년 11월~2023년 1월 중 3년물 기준 장단기금리 축소(-136bp)는 순기대단기금리 하락(-102bp)에 주로 기인(기여율 75%)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특히 순기대단기금리 하락에는 같은 기간 기준금리 인상(50bp)의 영향이 포함돼 있어 이를 제외한 기대단기금리 하락은 –52bp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같은 기간 10년물 기준(-144bp)으로는 순기대단기금리(-82bp, 57%)와 기간프리미엄(-61bp, 43%) 하락이 모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 국고채-기준금리 역전 분해...변동요인별 기여도는

한은이 변동요인별 기여율을 분석한 결과, 2022년 11월 이후 장단기금리 축소 및 역전에는 미 통화긴축 완화 기대(27%)와 물가둔화 전망(24%)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미국 기간프리미엄(19%), 국고채 공급(14%), 성장전망(13%) 등의 영향도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각 요인들을 국내 및 해외 요인으로 나눠서 볼 때 국내요인이 약 55%, 해외요인이 45%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산했다.

물가·성장 전망, 국고채 공급, 유동성 리스크를 국내요인으로, 미 통화정책기대, 미 기간프리미엄, 외국인 투자를 해외요인으로 분류하여 파악했을 때 국내 요인이 조금 더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국채-기준금리 역전은 주요국에서도 나타난 글로벌 현상으로 시장의 국내 물가·성장 전망이 주요국 금융·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은 데다 글로벌 금리 하락 등 해외요인의 직접적 영향도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지난해 11월 이후 연준의 점도표(dot-plot)에 드러난 긴축지속 시그널에도 미 정책금리 기대가 오히려 내려가면서 미 국채금리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한은은 이는 글로벌 동조화를 통해 국내 장기금리에 반영된 기준금리 기대를 상당폭 낮추는 요인이 됐던 것으로 추정했다.

■ 국고채-기준금리 역전 분해...역전 해소 이후 한은의 입장은

특히 한은은 2월 들어 국내요인에 큰 변화가 없었는데도 미 고용지표 발표 이후 연준의 통화긴축 완화(pivot) 기대가 되돌려지면서 글로벌 금리가 다시 상승한 데 영향받아 국내 장단기금리 역전이 해소된 점도 이러한 점을 뒷받침한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최근 장단기금리 역전에는 기대단기금리의 하락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추정됐으며, 기준금리 기대가 서베이 방식 등에 의해 파악된 기대보다 국고채 금리에 더 크게 반영돼 있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판단했다.

시장참가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서베이 결과에서는 지난 10월 이후 기준금리에 대한 기대(Survey-based expectation)가 조사 시점별로 대체로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모형을 통해 도출한 국고채금리 등 시장가격에 반영된 기준금리 기대(Market implied expectation)는 장단기금리 역전폭이 가장 컸던 지난 2월 초 크게 낮아졌던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최근 한은이 긴축기조 지속을 시사하는 가운데서도 국내 장단기금리의 역전 현상이 나타났지만, 현재로서는 단기간 내 크게 역전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단기금리차가 해외요인의 변화에 다소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는 데다 최근 미연준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되돌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은은 따라서 "현재로서는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른 시장금리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자금흐름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시장의 기대가 합리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시장과 계속 원활히 커뮤니케이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해석했다.

물론 "장단기금리 역전이 재차 발생해 장기화될 경우 금융시장의 자금중개 기능과 통화정책 파급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는 계속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국고채-기준금리 역전에 대한 중앙은행의 '분해'이미지 확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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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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