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3-29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파월의 디스인플레이션 시대 선언과 한국 채권시장의 점잖은 반응

  • 입력 2023-02-02 14:5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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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시45분 현재 국채 선물과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2시45분 현재 국채 선물과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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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디스인플레이션 시대'를 선언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1일 FOMC가 금융시장 대다수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됐다"면서 도비시한 모습을 보였다.

파월은 재화 가격 상승이 꺾이는 모습을 거론하면서 임금과 비용에 의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연준은 연방기금금리 목표를 25bp 인상한 4.50%~4.75%로 조정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아 금리를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는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의지는 유지됐다.

파월 의장도 인플레이션 수준을 떨어뜨리기 위한 연준의 책무가 끝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일부에서 연내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으나 그럴 일은 없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하지만 연준 수장은 기대를 뛰어넘는 변신을 감행했다.

■ 파월의 이상한(?) 태도...시장의 기대 태클 안 걸어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 회견에서 크게 주목을 끈 부분은 시장을 다그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파월은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사람들을 갸우뚱하게 만드는 답을 했다.

기자회견 초반 1월 금융시장 움직임이 연준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파월은 "장기적인 관점이 중요하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은 듣고 주가는 급등세로 반전됐고 채권 금리는 낙폭을 키웠다.

이런 태도는 연준이 시장 기대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관점을 강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의 답변은 시장의 조기 금리 동결, 금리 인하 기대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읽혔다"고 평가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이번에 괴리된 시장 기대에 대해 조정하려는 모습이 없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파월은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됐으며, 특히 임금과 비용에 의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5.0% 미만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 파월 발언이 풍긴 이미지와 다른 FOMC 성명서의 입장

2023년 1월 FOMC 회의는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4.50~4.75%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9월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리는 15~16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FOMC는 성명서는 '지속적 금리인상'이라는 문구를 유지했다. 이 문구 변화를 기대하던 시장 일각의 기대감은 충족되지 못했다.

인플레이션을 통제 범위에 두기 위해서 금리를 계속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유지됐다.

연준은 지난해 3월 25bp 인상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 7월, 9월, 11월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75bp씩 대폭 올렸다. 이후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자 지난해 마지막 회의에서 금리 인상폭을 50bp로 낮추며 속도 조절에 나섰고 올해부터는 25bp가 '기준' 조정폭이 됐다.

이제 이 '기본적인' 인상이 몇 차례나 지속될 수 있을지 관건이다.

연준 성명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통제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상황이 완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고용지표는 최근 수개월 여전히 견조한 모습이며, 실업률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도비시한 발언을 한 파월 역시 "연준 정책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이는지를 확신하기 위한 더욱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완전히 태도를 바꾸지는 않았음을 강변했다.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조한 상황이다. 노동자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물가 역시 둔화되고 있지만 연준 멤버들 역시 아직은 인플레 제어라는 미션을 등한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월은 "통화정책 위원들은 과도한 긴축에 따른 리스크보다는 인플레를 낮추는데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으로 나타날 리스크를 더욱 우려하고 있다"며 "아시다시피 연준의 임무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지속적 금리인상' vs '연준, 내심은 거의 끝났다'

미국 금융시장은 파월의 회견 전 약세를 나타냈다. 주식·채권 모두 연내 금리 인상에 대해 파월이 회초리를 들지 않을까 우려했다.

회견 전 연준의 '지속적 금리인상' 문구 유지와 고용지표 호재로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파월이 의외로 시장 기대를 '존중'한 데다 '디스인플레 발언' 등이 겹쳐지면서 증권시장의 가격변수는 점프했다.

결국 금리에 민감한 나스닥지수는 231.77포인트(2.00%) 상승한 11,816.32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10bp 가량 레벨을 낮췄다.

이제 연준의 당분간 인상 지속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은 2번 정도 더 올린다고 보고 있으며, 파월의 바뀐 태도에 비중을 두는 사람들은 3월 인상을 끝으로 인상 사이클이 끝날 것으로 보기도 한다.

■ 종착역 근처로 온 연준 금리인상

연준 금리인상 종료 시점은 크게 3월 아니면 5월로 모아진다.

즉 3월 25bp 인상으로 최종금리가 4.75~5.0%로 되거나 5월 추가 인상으로 5.0~5.25%가 될 것이란 견해가 대립한다.

3월, 혹은 5월이 마지막 금리인상이라면 그 다음 관심은 언제 인하가 되느냐다.

최종 금리에 도달한 뒤 연준이 얼마나 금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골드만삭스, JP모간 같은 유명 금융사 애널리스트들은 "연내 금리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높아진 금리 수준이 상당히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연준이 최종금리까지 금리를 올린 뒤 발휘한 인내심이 '상당히' 제한적이었다고 보는 쪽에선 연내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미국 연준이 다른 중앙은행들보다 적극적으로 금리를 조정했던 전통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 인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무라, UBS는 경기침체와 물가·임금 상승률 둔화로 올해 3분기면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이치은행은 4분기 인하를 점쳤다.

■ 한은 금리 인상은 더욱 어려워져...국내 채권시장은 외국인 선물매매 등에 따라 등락

연준의 금리 추가 인상룸에 제한이 있으면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기 쉽지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2차례 '빅스텝' 금리인상 단행의 명분으로 '환율'을 내걸었다. 하지만 환율은 결국 1,450원선을 넘지 못했고 이날 1,210원대 후반까지 내려온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경기 둔화 강도에 긴장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추가 인상이 아니라, 미국도 변화된 마당에 과연 하반기 인하가 가능하냐에 모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은 1번, 혹은 2번 추가 인상을 놓고 논쟁하고 있다"면서 "한미 금리차 역전폭 150bp까지 우리는 문제 없다는 점을 경험한 바 있다. 이번 FOMC를 통해 한은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결국 한국도 언제 금리를 내리느냐가 관건이 됐다. 미국이 일단 연초에 초를 치지 않으면서 한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유지됐다. 최소 대외 통화정책 부담은 줄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국내 시장금리는 FOMC 호재를 적극 반영하지 않고 있다.

최근 가격 상승을 주도한 외국인, 큰손 개인 등이 이날은 적극적으로 사지 않고 있다. 한국 시장은 그간 외국인 등 특정 주체의 선물 매매에 따라 움직였다.

다른 채권 딜러는 "오늘 외인이 안 산다. 개인도 안 산다. 이 레벨에서 감히 누가 사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과했던 것이 사실이고 외국인이 선물을 안 사니 FOMC 호재 영향도 제한적"이라며 "다만 크레딧이 여전히 좋은 점 등을 감안할 때 밀려봤자 한계도 있다"고 했다.

한 채권 중개인은 "국내 시장엔 선반영에, 레벨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BOE, ECB 등도 봐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들이 있다"고 해석했다.

출처: 미국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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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FOMC 이후 금융사 연방기금금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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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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