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3-02-08 (수)

(장태민 칼럼) 중앙은행과 싸우는 채권시장(2)

  • 입력 2023-01-12 15:2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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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준 관계자들은 또 상당 기간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채권시장 가격 변수를 보면, 이런 연준 인사들의 말이 상당부분 불신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도 금리는 미리 빠졌다. 2023년 초반 수급 개선과 외국인의 선물 매수로 국고채 금리들은 많은 사람들이 '내일 바뀐다고 생각하는' 기준금리 3.5% 아래에서 등락 중이다.

■ 연준 추가 인상과 5%대 초반의 최종금리

연준 인사들은 최근에도 지속적으로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한데 따라 올해 인상 강도는 당연히 둔화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추가 인상 '룸'과 인상된 금리의 '유지기간'이다.

미국 투자자들이 5% 초반의 기준금리를 얘기하면서도 내심 금리 인하 시기가 빨리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연준은 태도를 변화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연준의 이례적인 금리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4.25~4~50%로 올라와 있다. 연준 관계자들은 금리를 더 인상하고, 인상한 상태에서 올해를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러 지역 연은 총재들이나 연준 고위층은 매파적인 스탠스를 이어가고 있다.

일단 미국은 2월에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CPI가 예상대로 상승폭 둔화 흐름을 이어갈 때 연준의 인상 강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의 2월 25bp 인상 확률을 80% 가까이 반영 중이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11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25bp나 50bp를 인상하는 것이 적당해 보인다. 현재로선 25bp 인상 쪽으로 기울었다"며 "다만 인상폭은 경제지표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콜린스는 "금리 인상폭을 하향 조정하면 향후 금리결정을 하기에 앞서 경제지표 평가에서 더욱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콜린스는 올해 2월, 3월, 5월 3번 연속 금리를 25bp씩 올리고 싶은 속내를 보인 뒤 연말까지 이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연준 관계자들도 최근 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 등을 거론했다.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는 10일 "인플레 억제를 위해 할 일이 더 남았다. 연준은 추가로 금리인상을 단행함으로써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제롬 파월 연준은 10일 스웨덴 중앙은행 주최 심포지엄에 참석해 직접적인 레벨을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파월은 "물가 안정은 경제 건전성을 확보하는데 기반이 된다. 또한 오랜 기간에 걸친 물가 안정세는 국민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편익을 제공하게 된다"면서 물가에 대한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데는 경기 둔화를 감수하고서라도 금리를 높이는 것과 같은 단기적으로 인기가 없는 수단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 연내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 못 버리는 시장...근거는 데이터

연준이나 연준 관계자들이 의사록,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연내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시장은 잘 믿지 않는다.

최근엔 오히려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산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조만간 미국 CPI를 통해 물가 상승률의 추가적인 둔화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인 가운데 시장에선 최근 연말 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 높아졌다.

단기자금시장에선 예컨대 기준금리 목표가 4.9% 수준으로 상승한 뒤 연말 정도엔 50bp 가량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채권시장 가격변수들은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서 자신들의 움직임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듯한 모습이다.

특히 최근 발표됐던 12월 고용지표가 이런 자신감을 키웠다. 12월 고용지표 상에 나타난 임금상승률 둔화를 보면서 인플레이션이 꺾일 것으로 본 것이다.

임금 둔화는 결국 골칫거리였던 서비스 물가 둔화로 이어질 것이며, 이런 흐름이 조만간 발표될 CPI에서도 확인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 연준과 채권시장의 충돌...연준에 '채권시장 보라'는 훈수 두기도

지난해 각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중앙은행가들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상당기간 물가상승률은 중앙은행가들의 전망을 웃돌기 일쑤였다. 물론 시장의 전망도 웃돌았다.

그러다가 최근엔 금융시장 예상을 '밑도는' 물가 지표 결과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다.

아울러 시장에선 이번 금리인상기에 '연준의 엉터리 전망'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최근 지속되는 연준의 매파적인 발언에도 꽤나 내성이 생겼다.

심지어 연준의 금리인상 발언 등을 질타하면서 통화당국이 시장을 참고해야 할 때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미국의 유명 투자전략가인 에드 야드니는 "연준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이 자신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자 좀 더 매파적으로 발언하고 있다"고 질타하면서 지금은 정책당국이 채권시장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최근 상당히 누그러졌던 한은

최근 한국 통화당국인 한은은 연준처럼 강도높게 발언하지 않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1월 하순 열렸던 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이 보는 최종금리 중앙값으로 3.5%를 제시하기했다.

금리를 한 번만 더 올리면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던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또 23년 신년사에서 "금리인상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물가·경기·금융안정 간 상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정교한 정책조합 중요한 한 해"라고 했다.

총재는 "한은은 축적된 경험과 균형잡힌 시각을 바탕으로 정교한 정책 대응을 통해 한국 경제의 연착륙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를 적극 올릴 때 한은은 물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지만, 최근엔 점차 '균형적 접근, 물가·경기간 상충 가능성' 등을 거론하면서 태도를 꽤 바꿨다.

■ 연초 한국시장 휘저은 외국인...한국은 이제 그만 인상하라?

전날 만기3년 이상 구간 국고채 금리가 모두 3.5%를 밑돌았다.

최종호가수익률 기준으로 보면 올해 첫 거래일인 2일 국고3년과 10년은 각각 3.782%, 3.811%로 급등해 새해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듯했다.

하지만 첫 거래일 이후 전날까지 7거래일 동안 국고3년과 10년은 31bp 가량 레벨을 낮췄다.

이후 금통위를 하루 앞둔 이날엔 국고5년과 10년 등이 3.3%대로 내려가는 등 갈 데까지 가보자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초 수급 요인과 외국인 선물매매가 금리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다.

금리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떨어지자 금리 레벨은 국내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국고3년이 3.5%를 하회한 것은 작년 8월 24일 이후 처음이었다. 기준금리 2.5% 도달 이후 국고3년은 줄곧 3.5% 위에 머물렀으나 연초 기준금리 3.5%를 앞두고 오히려 '조만간 달라질' 기준금리를 하향돌파해 버린 것이다.

최근 상당기간 RP금리가 기준금리를 대폭 밑도는 2.8%대를 기록하는 등 한은은 시장이 넉넉한 단기유동성을 유지하도록 배려했다. 정책당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이다.

아울러 연초 자금들이 풀리고 MMF로 유입되는 자금도 크게 늘어나는 등 수급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금리 하락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3년 국채선물을 4만 3,462계약, 10년선물을 2만 793계약 순매수했다.

일별 매수 강도 차이는 있지만 연초 외국인의 선물 매수가 시장 강세 분위기를 끌어왔다. 그러면서 상당수 국내 투자자들의 멘털을 흔들었다.

■ 국내투자자들의...중앙은행과의 싸움,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들과의 싸움

연초 외국인의 지속적 국채선물 매수 이유와 관련해 금리 동결 베팅이나 베이시스스왑 상승 등 글로벌 달러자금 수급개선 무드와 관련이 있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그간 미국처럼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채권 투자자들이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 등을 거론했지만 외국인의 힘에 의해 내려간 금리 레벨에 적지 않게 당황하기도 했다.

한 베테랑 채권딜러는 최근 강세장을 즐기지 못한 국내 투자자들이 입맛만 다시고 있다고 했다.

"우리도 올해 연말 금리인하 등을 생각했으나 최근 흐름은 너무 당혹스럽니다. 내일 금리 인상되고 이제 역마진이 되는데 지금부터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걱정입니다."

너무 빠져버린 금리 레벨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외국인이 연초 분위기를 주도했고 이들이 만든 분위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하다.

다른 딜러는 낮아진 레벨과 밀기 어려운 수급 분위기, 이익 내기 힘든 환경을 앞에 두고 푸념했다.

"금리가 이렇게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외국인이 팔아야 밀리는데, 이들이 사버리니 어쩔 수 없습니다. 오늘밤 미국 CPI가 높게 나오길 바랄 수 밖에 없네요."

이 딜러는 과거 국내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세 대결을 떠올리면서 제대로 포지션을 잡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나쁜 기억을 떠올렸다.

"이벤트를 앞두고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한쪽으로 몬 뒤, 이들이 승리를 쟁취했던 때가 자꾸 떠오릅니다."

많은 국내 투자자들이 지금의 금리 흐름이 과도하다고 진단했지만, 외국인의 무서운 기세를 보면서 걱정했다. 최근의 채권 롱장을 즐기지 못한 국내 투자자들은 불안하면서도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는 경우도 많다.

또 다른 채권투자자도 안타까운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좀 늦은 것 같습니다. 지금의 금리 레벨이 많이 불편합니다. 시장이란 게 두고 보는 법이 없으니. 이제 돌발적으로 금리가 좀 튀어주길 바랄 수밖에요."

내일 한은 총재(금통위)가 금리를 인상(혹은 확률은 낮지만 동결)한 뒤 매파와 중립, 비둘기 중 어느 쪽을 취할지도 관심이다. 한은의 한 직원은 이렇게 표현했다.

"인상할 걸로 봅니다. 인상 뒤 코멘트가 관건이겠지요. 한국경제 사정을 감안할 때 인상 후 도비시하게 나와야 한다고 보지만, 그러면 (기대인플레 관리 등) 정책효과가 떨어지고 시장이 과도한 기대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인상 후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을까요? 연준은 계속 호키시하게 말을하는데, 한은이 따라하면 시장금리가 급반등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경우 사람들이 중앙은행을 신뢰하지 않게 될 위험성도 있습니다. 총재가 어떻게 말 수위를 조절하는지 한번 보시죠."

금통위의 금리 결정, 그리고 한은 총재의 커뮤니케이션 방향에 따라 어느 쪽으로든 시장이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다.

자료: 최근 시장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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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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