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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강성' 비둘기파 출신 KDI 원장

  • 입력 2022-12-12 15:4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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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일 조동철 17대 KDI 원장의 취임사 모습...출처: KDI

사진: 2일 조동철 17대 KDI 원장의 취임사 모습...출처: 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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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달 초 조동철 전 금융통화위원(2016년 4월~2020년 4월)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취임했다.

금통위원 재직 시절 '강성 비둘기'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국책연구기관 KDI의 수장이 되면서 향후 KDI가 내놓을 정책 조언이 보다 누그러질 수 있을지도 호사가들의 관심이다.

금통위원으로 오기 전 원장은 KDI의 칩이코노미스트로 활약했으며, 정권이 바뀐 뒤 그는 고향과도 같은 KDI의 수장이 됐다.

■ 강성 비둘기 금통위원 출신 원장의 진단 "한국 인상사이클 마무리 국면...인하 기대는 빨라"

조동철 원장은 12일 기자간담회를 연 뒤 통화정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조 원장은 우선 한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조 원장은 "통화긴축이 이번 사이클에선, 적어도 국내에선 마무리돼 가는 상황"이라며 "미국은 사이클이 거의 후반부에 가 있는 그림"이라고 평가했다.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선 한은과 궤를 같이 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조 원장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속적으로 시장에 3.5% 내외에서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신호를 보냈다"면서 KDI 생각이 전혀 다른 건 아니라고 했다.

지난 달 금통위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금 금리인하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조 원장의 시각도 일단 비슷했다.

조 원장은 "내년 어느 시점에선가 금리 인하 얘기가 나올지도 모른다"면서 "그러나 인하할 것이라는 얘기를 하기엔 좀 시기상조 아니냐, 많이 빠른 시점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지금의 높은 물가가 자신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장했던 때와는 다르다고 느끼는 모습이었다.

■ 가장 도비시했던 금통위원

조동철 원장은 최근 금통위원으로 재직했던 인물 중 가장 도비시했던 인사다.

그는 2010년대 중후반 금통위원으로 재직하면서 금리 인하 분위기가 형성될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를 주장했던 인물이다. 금리인상 분위기가 형성될 때는 앞장서서 반대했다.

예컨대 2017년 10월 금통위의 매파였던 이일형 위원이 인상 소수의견을 낸 뒤 11월에 금리가 인상됐다. 그 때 조 위원은 반대하면서 혼자 소수의견을 냈다.

2018년 11월 금통위가 1년만에 다시 금리를 올릴 때도 조 위원은 반대 소수의견을 냈다.

하지만 2019년 금리인하 분위기가 조금씩 형성될 때는 누구보다 빨리 인하 의견을 냈다. 2019년 5월 조동철 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낸 뒤 7월엔 금리가 인하됐다. 조 위원은 8월에도 인하 의견을 냈으나 소수의견이 됐으며, 결국 10월에 그의 바램대로 인하가 이뤄진다.

이후 코로나 사태 발발 전부터 조 위원은 쉼없이 금리인하를 주장했다. 금리가 동결됐던 2020년 1월과 2월에도 조 위원은 인하를 주장했다.

조 위원의 주장 등으로 2020년 2월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1.25%로 낮아졌으며, 이후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국도 기준금리가 0%시대(0.5% 최저)에 진입했다.

이러다 보니 한은에서도 조동철 위원을 역대 가장 도비시했던 위원으로 꼽기도 한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기준금리 체제에서 역대 가장 도비시했던 금통위원은 이주열 총재 시대의 조동철 위원, 그리고 그 전의 강명헌 위원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 도비시한 통화정책 선호하는 KDI, 이를 이끄는 도비시한 수장

KDI는 전통적으로 도비시한 통화정책을 선호했다.

일각에선 국책 연구기관이라는 특성 때문에 전통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원하는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춘 결과라는 해석을 하기도 했다.

당연히 KDI는 이런 의심에 반대한다. 하지만 세간의 의심 자체는 없어지지 않았다.

특히 조동철 원장이 2016년 금통위원이 됐을 때 조차 사람들은 그의 '강성' 비둘기 근성을 우려했다.

그런 우려에 때문에 그는 금통위원 취임 당시 "나는 뚱뚱해서 날지 못한다"는 위트섞인 답변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4년 임기가 끝난 뒤 그는 역대 어떤 금통위원들 보다 훨훨 잘 나는 비둘기였다는 평가도 받았다.

조 원장에게 KDI는 친정이다. 미국에서 대학 조교수를 하다가 1995년 KDI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2006년엔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일했다. 2008년 KDI 이사에 올랐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뒤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일했다.

학자들이 금통위원으로 오기 전 많이 거치는 코스가 신 정부의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이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 시대에 그는 KDI 원장이 됐다. 조 원장은 국민의힘 정부 시대에 크게 쓰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 KDI는 언제쯤 금리인하를 주장할까

과거 조 원장이 금통위원으로 일할 때 그에게 '그렇게 늘 도비시한 소수의견을 내는 게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었다.

그는 상관없다고 했다.

그 당시 일각에선 금통위의사록 '실명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의사록 실명제도 좋다'는 답변을 했다.

물론 그 때는 조 위원의 '실명 노출도'가 유독 높았기 때문에 실명 공개는 다른 위원들에게 더 부담이 됐을 것이다.

지난달 하순 조동철 원장(원장이 되기 직전)은 주택금융 컨퍼런스에 참여해 "우리경제에 가장 직접적인 부담을 주는 변수는 고물가에 대응한 고금리"라고 했다.

그는 "이 시점엔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 스스로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내년까지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돼 고금리는 내수회복세 유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초까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조 원장도 금리인상을 예상하면서 고금리에 따른 내수 상황을 우려했다.

적어도 최근 10여년의 기억 속에 KDI의 정책 조언은 언제나 한은보다 도비시했던 것으로 각인돼 있다.

안 그래도 '상대적으로' 도비시한 통화정책을 주장해온 KDI가 비둘기파 출신 원장을 맞이한 언제쯤 통화정책 완화 주장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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