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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국민연금 투자 손실, 부진과 선방 사이

  • 입력 2022-11-30 14:5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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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민연금이 올해 3분기까지 7%대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공시하자 비판하는 목소리가 꽤 들렸다.

올해 연금의 투자 수익률이 2018년 이후 4년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3분기까지 68조원의 돈이 날아갔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발끈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전세계 주식과 채권값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손실을 불가피했다.

1999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출범 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해는 2008년과 2018년 뿐이었지만 2022년이 추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2022년은 각국이 강도높은 통화 긴축을 실시한 특수한 해였으며, 4분기 들어 성과는 다시 개선되는 것으로 보인다.

■ 환율의 수익률 방어로 7%대 손실

국민연금은 올해 1월부터 9월말 현재까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896조 6천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기간 투자수익률은 -7.09%였다고 발표했다.

위험자산인 주식 투자에서 손실이 컸다.

국내주식 -25.47%, 해외주식 -9.52%, 국내채권 -7.53%, 해외채권 6.01%, 대체투자 16.24%였다.

벤치마크 지수들과 비교해보면 손실은 당연했다. 한국 코스피 수익률이 9월까지 -27.61%, 미국 S&P500이 -23.62%였다.

채권 쪽도 금리 급등(채권가격 급락)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국고3년 금리가 239bp, 미국채10년물은 228bp 올랐다.

달러/원 환율은 21.03% 뛰어 해외 자산 투자비중이 높을수록 유리한 환경이었다. 즉 환 차익이 국민연금기금의 손실을 방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 다른 나라 기금 성과와 평가의 한계

다른 나라 연기금도 손실을 입긴 마찬가지였다.

글로벌하게 주식, 채권값이 떨어진 상황에서 뾰족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노르웨이 GPFG 수익률은 -18.2%, 네덜란드 ABP는 -16.6%, 미국 CalPERS는 -15.9%였다.

일본의 GPIF 수익률이 -3.8%로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일본 BOJ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다는 점, 엔화의 가열찬 약세 등을 감안할 때 일본 연기금의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는 예상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다만 국가별 단순수익률 비교는 의미가 없다.

각국 기금의 자산 배분 스타일이 다른 데다 국민연금이 구체적인 투자 내역에 대해 밝히지 않기 때문에 운용을 잘 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는 대형 기금이기 때문에 세세한 운용 내역을 밝히지 않는다.

■ 한국 연기금의 자산배분은...

초창기 국민연금 운용의 중심은 채권이었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안정자금인 만큼 안정성은 기본이다.

하지만 출범 후 금리가 너무 낮아지면서 채권투자만으로 납득할 만한 이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국민연금 주식, 해외물, 대체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자산배분을 전개했다.

연기금 자산배분의 기본 방향은 '위험 분산과 수익 추구'라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해외 투자, 대체와 같은 다양한 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을 넓혀야 했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채권 비중을 더 줄이는 쪽으로 자산배분 방향을 공표한 상태다.

2026년 목표 포트폴리오는 주식 50% 내외, 채권 35% 내외, 그리고 대체투자 15% 내외다.

안정적인 성과 제고와 위험 분산을 위해 국내채권 비중을 축소하고 국내외 주식과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자산을 배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9월말 현재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의 부문별 구성을 보면 금융투자가 99.8%, 복지·기타부문이 0.2%다.

자산별 구성을 보면 채권이 41.9%로 가장 비중이 높고 주식이 41.3%다. 주식과 채권 투자 규모가 거의 비슷한 상태다. 대체투자 규모는 16.8%로 대체 쪽이 상당히 늘어났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보면 금융투자부문 중 국내채권이 33.8%로 가장 높고 해외주식이 27.6%, 대체투자가 16.8%, 국내주식이 13.6%로 높다.

연간 기금운용계획의 올해 목표 폴리오는 국내채권 34.5%, 해외주식 27.8%, 국내주식 16.3%, 대체투자 13.4%다.

9월 현재 포트폴리오엔 대체투자 비중이 상당히 높게 잡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주식, 채권값이 떨어져 대체 비중이 늘어난 측면이 있는 데다 대체 쪽 성과도 높았기 때문이다.

대체투자의 성과에 기여하는 것은 이자·배당수익, 그리고 달러/원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 이익이다. 다만 대체투자의 연중 수익률은 공정가치 평가액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대체 쪽은 정확한 수익률을 계산하기 만만치 않으며, 연도말에 연1회 공정가치를 평가한다.

■ 국민연금 남은 기간 올해 손실폭 축소 가능성 높아

2022년이 1달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지면 4분기 중 운용 성과는 꽤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9월말에 비해 각국 주가지수가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연금 성과 개선에 기여하는 측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지수는 9월말 2,155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2,450을 넘어섰다. 코스피가 2달만에 14% 정도 뛴 것이다.

채권금리도 꽤 빠져 있다. 국고3년 금리는 9월말 4.2%에 육박했으나 현재는 3.6%대로 내려와 있다.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크레딧 채권들의 부진이 이어졌으나 현재는 다소간 안정을 찾아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달러/원 환율은 9월말 1,435원 수준에서 현재 100원 넘게 빠져 1,320원 아래로 내려왔다. 환율 효과는 헤지의 정도를 따져야 하지만, 원화가 투자국 통화보다 강해지면 국민연금 성과에 마이너스 역할을 한다.

올해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예상치 못한 강도로 정책금리를 올리면서 주식과 채권 모두 피해가 불가피했지만, 상황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일단 현재 한국, 미국 등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후반부에 진입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손실을 발표할 때는 국민들 중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올해 들어선 투자에서 68조원 가량 손실이 났다.

아울러 최근 수년간 매년 100조원 내외씩 늘어나던 자산규모가 올해 들어선 9월말 현재 52조원이 감소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최근 성과는 꽤나 우수한 편이었다. 지난해까지 5년간 평균 투자수익률은 7.54%에 달했다. 올해 3분기까지의 국민연금 '마이너스' 성과에 크게 조바심 낼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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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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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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