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2-02 (화)

[채권-장전] 월러의 인하 띄우기와 한국정부의 환율 잡기

  • 입력 2025-11-25 08:0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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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5일 미국채 금리 하락과 저가매수에 의해 강세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0%대로 추락했던 12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단 며칠 사이에 증폭됐다.

뉴욕 연은 총재 윌리엄스가 금리인하 기대감을 70%대로 올린 뒤 차기 연준 의장 후보인 월러는 이 분위기를 더욱 띄웠다. 시장이 월러의 12월 금리 인하 필요성 주장 이후 인하 가능성을 85% 수준으로 더 올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국내 채권, 주식 등 증시는 계속해서 환율 움직임을 봐야 한다.

전날 강세 분위기가 고환율 등으로 무너지는 모양새가 초래된 가운데 정부는 환율 추가 급등을 제어하기 위한 협의체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 인하 기대에 美10년 4% 향해 하락...나스닥 2.7% 급등

미국채 금리는 24일 되살아난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연준 월러 이사가 금리 인하를 주장한 가운데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인하를 지지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3.60bp 하락한 4.028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4.20bp 떨어진 4.670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60bp 하락한 3.49355, 국채5년물은 2.80bp 빠진 3.5915%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나스닥 위주로 급등했다. 최근 12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뉴욕 주가는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새 인공지능(AI) 모델인 제미나이3 기대로 알파벳이 급등해 기술주 강세를 주도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02.86포인트(0.44%) 상승한 4만6448.27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102.13포인트(1.55%) 높아진 6705.12, 나스닥은 598.92포인트(2.69%) 오른 2만2872.01을 나타냈다.

달러가격은 약보합 수준을 나타냈다. 연준 비둘기파들이 금리인하를 주장했지만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둔 터라 달러인덱스 움직임은 제한적이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02% 낮아진 100.16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11% 높아진 1.1527달러, 파운드/달러는 0.10% 오른 1.3111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27% 상승한 156.81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1% 하락한 7.1047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14%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금리인하 기대감 등으로 4일만에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0.78달러(1.34%) 오른 배럴당 58.84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78센트(1.3%) 상승한 배럴당 63.34달러에 거래됐다.

■ 월러의 '인하 분위기' 더 띄우기...데일리도 인하 지지

최근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금리 인하를 지지하면서 1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대폭 올라간 가운데 연준의 월러 이사가 분위기를 더욱 펌프질했다.

트럼프 1기 때 연준 이사가 된 월러는 트럼프 2기 들어선 연준 의장 후보 중 한명으로 꼽힌다. 월러 스스로 '정부는 경험과 자질을 갖춘 사람을 찾고 있으며 내가 그 기준에 맞다'고 어필하는 중이다.

크리스토퍼 월러는 24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이 이렇게 약한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이 큰 문제가 아니다. 9월 FOMC 이후 발표된 지표들을 보면 경제의 흐름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금리 인하를 지지했다.

월러는 특히 "고용시장 회복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 어렵다. 향후 몇 주 안에 고용지표가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며 "9월 고용수치 역시 하향 수정될 소지가 크고, 특정 산업에 편중된 증가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라고 했다. 기업들이 대규모 채용에 나서고 있다는 증거도 없다고 했다.

반면 물가 흐름에 대해선 낙관했다.

월러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아졌지만 다시 낮아지는 추세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면서 관세 효과를 제외한 실제 인플레이션 수준을 약 2.4~2.5%라고 추정했다.

월러는 12월 금리 인하 필요성에 무게를 실은 뒤 내년 1월 회의에 대해 "그 때는 방대한 양의 새로운 지표가 쏟아져 나와 금리인하 여부를 판단하기 더 까다로운 시기가 될 것"이라며 회의별(meeting-by-meeting)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올해 투표권이 없지만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12월 금리인하를 지지했다.

데일리는 24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현재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취약해졌으며 금리를 동결할 경우 발생할 위험이 금리를 내릴 때보다 더 크다"고 주장했다.

데일리는 "노동시장은 지금 비선형적(급격한) 악화가 일어날 만큼 취약한 상태이며, 이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보다 고용 둔화가 더 큰 위험"이라며 "관세로 인한 물가 압력이 올해 초 우려보다 약했던 만큼 인플레이션 재급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데일리는 통상 제롬 파월 의장의 기조와 엇박자를 내지 않았던 인물이다. 연준 내부에서도 ‘12월 추가 인하’와 ‘일단 동결’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데일리는 인하 쪽 지지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 환율 추가 급등 제어 위해 팔 걷어부친 금융당국

달러/원 환율이 1,470원을 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정부는 국민연금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전날 '외환당국-국민연금 4자 협의체 구성'을 알렸다.

금융당국은 전날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4차 협의체를 구성했으며, 금일(24일) 첫 회의를 개시했다. 앞으로 4차 협의체에선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당국은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협의체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단 환율이 급등할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 회동’ 체제는 만든 셈이다.

최근 달러/원 환율 급등 뒤 당국이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해외 자산 비중이 44%에 달하는 만큼 보유 달러를 시장에 공급하면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환율이 미리 정해둔 기준을 넘어설 경우 해외 자산 중 최대 10%까지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발동 기준선이 1,480원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국민연금 외환스왑 계약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양 기관은 지난해 650억달러 규모의 스왑 계약을 체결했으며 연말 만료를 앞두고 있다. 스왑이 연장되면 국민연금은 해외투자용 달러 조달 시 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지 않아도 돼 외환시장 수급 안정을 돕는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민연금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고환율 요인이 단순 수급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요인까지 겹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환율 급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일단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와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 증가가 달러 수요를 고착화시키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됐음에도 환율이 계속 올라가는 것은 달러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중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최근 "풍부한 수출 달러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외화가 해외로 빠져나가 달러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국민연금 활용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하지만 국민연금을 환율 안정 수단으로 동원하는 데 대한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전략적 환헤지는 달러 매도 시점에 따라 기금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고, 해외투자 비중 조정은 장기 수익성과 포트폴리오 안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연금은 환헤지 비용을 줄이고 환차익을 확보하기 위해 2015년 이후 환헤지를 하지 않는 전략을 유지해 왔다.

시장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은 노후 자산을 위한 기금이지 환율 안정 기관이 아니다. 단기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우려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의사결정과 관련해 복지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중심인 만큼 기금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염려도 제기된다.

미국이 지난 6월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다시 지정하면서 '국민연금-한은 스왑 확대'를 거론하기도 해 해외 눈치도 봐야 한다.

■ 채권시장, 계속해서 환율 안정 여부 계속 주시

전날 채권시장은 환율 때문에 강세 분위기를 지키지 못했다.

달러/원 환율이 1,470원대 중반을 넘어서 어디까지 오를지 모른다는 부담이 들자 강세분을 반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주 금통위를 앞두고 기준금리 동결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동결의 주된 요인으론 서울 집값과 고환율이 꼽힌다.

환율이 여기서 더 오르는 모습은 한은의 매파성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채권시장의 우려들도 이어졌다.

3시30분 기준 달러/원 환율은 1.5원 오른 1,477.1원으로 마감하면서 7개월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제 금융당국은 달러/원이 더 뛰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율 안정을 위한 국민연금 동원과 관련해선 '적당히 해야 한다'면서 신중한 접근을 조언하는 사람들도 많은 가운데 달러/원이 하향 안정을 길을 개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행히 최근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강화 등은 달러/원 환율 하락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요소다.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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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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